
발레 수업을 듣다 보면 온갖 프랑스어가 쏟아진다. 플리에, 아라베스크... 처음엔 그저 외워야 할 단어들이었는데, 어느 날 뜻을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발레 용어들이 생각보다 훨씬 시적이고 감각적이었기 때문이다.
발레 수업을 듣다 보면 온갖 프랑스어가 쏟아진다. 플리에, 아라베스크... 처음엔 그저 외워야 할 단어들이었는데, 어느 날 뜻을 찾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발레 용어들이 생각보다 훨씬 시적이고 감각적이었기 때문이다.
무릎 구부리기가 아니라 녹다, 발 떼기가 아니라 해방시키다라니. 17세기 프랑스 궁정에서 발레가 체계화될 때 붙여진 이름들이라 그런지, 하나하나가 우아하고 감성적이다. 그래서 발레를 배우며 들었던 용어들의 뜻을 모아 적어보았다.

발레는 원래 이탈리아 르네상스 궁정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프랑스로 건너와 루이 14세 시대에 본격적으로 체계화되면서, 용어도 프랑스어로 정립됐다. 루이 14세 본인이 열정적인 무용수였고, 1661년에는 세계 최초의 무용 아카데미인 왕립 무용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때 무용 교사 피에르 보샹이 발의 5가지 기본 포지션을 비롯한 기초 체계를 만들었고, 그 용어들이 지금까지 전 세계 발레 교실에서 쓰이고 있다.
발레의 기본은 다리 동작이다. 바(barre) 앞에서 매일 반복하는 이 동작들에는 각각 아름다운 이름이 붙어 있다.
| 용어 | 뜻 | 동작 | 연결되는 단어 |
|---|---|---|---|
| plié (플리에) | 접다, 구부리다 | 무릎 구부리기 | pliable (접을 수 있는) |
| battement (바뜨망) | 치다, 두드리다 | 다리를 뻗었다 치듯 움직이는 동작의 총칭 | beat (치다) |
| fondu (퐁듀) | 녹다 | 박자를 밀며 천천히 무릎 구부리기 | 치즈 퐁듀 |
| tendu (턴듀) | 팽팽하게 당기다 | 바닥에 발 붙인 채 뻗기 | tension (긴장) |
| dégagé (데가제) | 풀다, 해방시키다 | 바닥에서 발을 떼어 뻗기 | disengage |
| frappé (프라페) | 치다, 때리다 | 무릎 고정, 발로 바닥을 탁탁 | 카페 프라페 |
| relevé (를르베) | 다시 일어나다 | 발꿈치 들어올리기 | re + lever (올리다) |
| développé (데벨로페) | 펼치다, 전개하다 | 다리를 접었다 펴며 올리기 | develop |
데가제는 발을 바닥을 쓸어 위로 던지는 것에 가까운 동작이다. 해방시키다라는 뜻에 맞는 것 같기도.
바뜨망(battement)은 '치다'라는 뜻으로, 다리를 뻗거나 차올리는 동작들의 총칭이다. 앞에 수식어가 붙어 다양한 종류가 된다. 턴듀와 데가제도 사실 바뜨망 턴듀, 바뜨망 데가제이나, 줄여서 그냥 '턴듀', '데가제'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 용어 | 뜻 | 동작 |
|---|---|---|
| battement tendu (바뜨망 턴듀) | 팽팽하게 치기 | 발을 바닥에 붙인 채로 뻗기 |
| battement dégagé (바뜨망 데가제) | 해방하며 치기 | 발을 바닥에서 살짝 떼어 뻗기 |
| battement frappé (바뜨망 프라페) | 때리듯 치기 | 발로 바닥을 탁탁 치기 |
| battement fondu (바뜨망 퐁듀) | 녹으며 치기 | 지지하는 다리를 녹듯이 구부리며 작업하는 다리 뻗기 |
| grand battement (그랑 바뜨망) | 크게 치기 | 다리를 높이 차올리기 |
| petit battement (쁘띠 바뜨망) | 작게 치기 | 발목 주변에서 작고 빠르게 움직이기 |
| 용어 | 뜻 | 동작 |
|---|---|---|
| glissade (글리사드) | 미끄러지다 | 옆으로 미끄러지듯 이동 |
| chassé (샤세) | 쫓다 | 한 발이 다른 발을 쫓아감 |
| sauté (소테) | 뛰다 | 제자리 점프 |
| balancé (발랑세) | 흔들리다 | 좌우로 흔들리는 스텝 |
| tombé (톰베) | 떨어지다 | 한 발로 떨어지듯 내딛기 |
| coupé (쿠페) | 자르다 | 한 발이 다른 발을 '잘라내며' 대체하는 동작 |
| assemblé (아쌈블레) | 모으다 | 점프해서 두 발 모으기 |
| jeté (주테) | 던지다 | 한 발로 점프하여 다른 발로 착지 |
| grand jeté (그랑 제떼) | 크게 던지다 | 공중에서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큰 도약 |
| sissonne (시손느) | (인명에서 유래) | 두 발로 점프해서 한 발로 착지 |
| changement (샹즈망) | 변화 | 점프하며 앞뒤 발 바꾸기 |
| échappé (에샤페) | 탈출하다 | 5번에서 2번으로 발을 열며 점프 |
| pas de chat (파드샤) | 고양이의 걸음 | 두 무릎을 접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뛰는 점프 |
| pas de bourrée (파 드 부레) | 부레 춤의 스텝 | 빠른 연결 스텝 |
빠 드 부레에서 부레(bourrée)는 17세기 프랑스 오베르뉴 지방의 민속춤 이름이다.
🐈⬛ 고양이처럼: 빠 드 샤 (Pas de Chat)
빠 드 샤는 고양이의 걸음이라는 뜻 그대로, 고양이가 가볍게 뛰어오르는 모습을 닮았다. 점프의 정점에서 두 다리가 모두 구부러져 다이아몬드 모양을 만들고, 착지는 살포시. 고양이의 민첩함과 우아함을 그대로 담은 이름이다. 비슷한 점프로 saut de chat(소 드 샤)가 있는데, 이건 '고양이의 도약'이라는 뜻으로 좀 더 크고 역동적인 버전이라고 한다.
공중에서 발을 부딪치거나 교차하는 동작들을 바뜨리(batterie)라고 한다. '치다'라는 뜻의 battre에서 온 말이다.
| 용어 | 뜻 | 동작 |
|---|---|---|
| entrechat (앙트르샤) | 교차하다 | 점프하여 공중에서 두 발을 빠르게 교차 |
| cabriole (카브리올) | 염소 뛰기 | 공중에서 한 다리가 다른 다리를 쳐올리는 점프 |
| brisé (브리제) | 부서지다 | 옆으로 이동하며 공중에서 발을 부딪치는 점프 |
| battu (바뛰) | 친, 때린 | 점프에 발 부딪침을 추가했다는 의미 |
앙트르샤는 교차 횟수에 따라 이름이 달라진다. 2회면 앙트르샤 되(deux), 4회면 앙트르샤 캬트르(quatre), 6회면 앙트르샤 시스(six). 카브리올(cabriole)은 염소 뛰기라는 뜻인데, 염소가 장난스럽게 뛰어오르는 모습에서 따왔다고 한다.
| 용어 | 뜻 | 동작 |
|---|---|---|
| pirouette (피루엣) | 팽이 | 한 발로 서서 제자리에서 회전 |
| fouetté (푸에테) | 채찍질하다 | 다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연속 회전 |
| chaînés (쉐네) | 사슬 | 양 발을 번갈아 디디며 연속으로 빠르게 회전 |
| tour en l'air (뚜르 앙 레르) | 공중에서 회전 | 점프하여 공중에서 한 바퀴 도는 동작 (주로 남성) |
| piqué tour (피게 뚜르) | 찌르며 회전 | 한 발로 바닥을 '찌르듯' 디디며 회전 |
| promenade (프롬나드) | 산책 | 한 자세를 유지한 채 천천히 제자리 회전 |
피루엣(pirouette)은 '팽이'라는 뜻이다. 한 발을 축으로 팽이처럼 도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푸에테(fouetté)는 '채찍질하다'라는 뜻으로, 다리를 채찍처럼 휘두르며 회전력을 얻는다.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 오딜이 32회 연속 푸에테를 도는 장면이 유명하다.
쉐네(chaînés)는 '사슬'이라는 뜻인데, 회전들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이어지는 모습에서 붙은 이름이다. 무대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며 쉐네를 돌 때, 정말로 사슬이 풀리듯 빠르게 이어진다.

| 용어 | 뜻 | 설명 |
|---|---|---|
| arabesque (아라베스크) | 아랍풍의 | 한 다리로 서서 다른 다리를 뒤로 곧게 뻗은 자세 |
| attitude (에티튜드) | 자세, 태도 | 아라베스크와 비슷하나 뒤로 뻗은 다리를 구부린 자세 |
| penché (팡셰) | 기울다, 숙이다 | 아라베스크에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는 동작 |
| retiré (르띠레) | 끌어당기다 | 발끝을 무릎 옆에 붙인 자세 |
| passé (파세) | 지나가다 | 한 발이 다른 다리의 무릎을 '지나가는' 동작 |
아라베스크는 '아랍풍의'라는 뜻인데, 아라베스크 문양이 식물과 기하학적 형태가 곡선으로 얽히는 것처럼, 무용수의 팔-몸통-다리가 하나의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는 모습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파세(passé)와 르띠레(retiré)는 자주 혼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파세는 '지나가는 동작', 르띠레는 '무릎 옆에 머무는 자세'다.
| 용어 | 뜻 | 사용 예 |
|---|---|---|
| devant (드방) | 앞으로 | tendu devant |
| derrière (데리에) | 뒤로 | arabesque derrière |
| à la seconde (아라스콩드) | 2번 방향으로 (옆으로) | développé à la seconde |
| à terre (아떼르) | 바닥에 | rond de jambe à terre |
| en l'air (앙레르) | 공중에 | rond de jambe en l'air |
| en avant (안아방) | 앞으로 | chassé en avant |
| en arrière (앙아리에르) | 뒤로 | glissade en arrière |
| en dedans (앙드당) | 안쪽으로 | pirouette en dedans |
| en dehors (앙디올) | 바깥쪽으로 | pirouette en dehors |
앙(en)은 프랑스어에서 **'~에서', '~으로'**라는 뜻이다. 앙 레르(공중에), 앙 드당(안쪽으로), 안 아방(앞으로)... 이 작은 단어 하나만 알아도 수많은 발레 용어가 갑자기 이해되기 시작한다.
| 용어 | 뜻 |
|---|---|
| rond de jambe (론드잠) | 다리로 원을 그리다 |
| rond (론) | 원, 둥근 |
| jambe (잠) | 다리 |
론드잠도 바뜨망처럼 뒤에 붙는 수식어에 따라 다양한 변형이 있다.
| 용어 | 뜻 | 동작 |
|---|---|---|
| rond de jambe à terre (론드잠 아 떼르) | 바닥에서 다리로 원 그리기 | 발끝을 바닥에 붙인 채 반원을 그리는 동작 |
| rond de jambe en l'air (론드잠 앙 레르) | 공중에서 다리로 원 그리기 | 다리를 들어올린 상태에서 종아리로 타원을 그리는 동작 |
| grand rond de jambe (그랑 론드잠) | 크게 다리로 원 그리기 | 다리를 높이 들어 큰 반원을 그리는 동작 |
| rond de jambe en dehors (론드잠 앙 디올) | 바깥쪽으로 원 그리기 | 앞에서 옆을 거쳐 뒤로 (시계방향) |
| rond de jambe en dedans (론드잠 앙 드당) | 안쪽으로 원 그리기 | 뒤에서 옆을 거쳐 앞으로 (반시계방향) |
아 떼르(à terre)는 '바닥에', 앙 레르(en l'air)는 '공중에'라는 뜻이다. 같은 론드잠이라도 바닥에서 하느냐, 공중에서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된다. 바닥에서 하면 부드럽고 흐르는 느낌, 공중에서 하면 좀 더 날카롭고 정교하고 힘들다.
발레에서 팔 동작을 폴 드 브라(port de bras)라고 한다. '팔의 운반'이라는 뜻으로, 단순히 팔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등에서 시작된 에너지가 어깨를 거쳐 손끝까지 흐르듯 이어지는 움직임을 말한다.
| 용어 | 뜻 | 설명 |
|---|---|---|
| bras bas (브라 바) | 낮은 팔 | 양팔을 둥글게 내려 골반 앞에 두는 준비 자세 |
| en bas (앙 바) | 아래에 | 팔을 낮게 둔 위치 |
| en avant (앙 아방) | 앞으로 | 팔을 몸 앞쪽으로 |
| en haut (앙 오) | 높이 | 머리 위로 팔을 둥글게 |
| à la seconde (아라스콩드) | 옆으로 | 팔을 양옆으로 |
| allongé (알롱제) | 길게 뻗은 | 팔을 곧게 뻗어 선을 길게 만든 상태 |
알롱제는 특히 아라베스크에서 자주 쓰인다. 둥글게 굽혔던 팔을 쭉 펴서 손끝까지 하나의 긴 선을 만들 때, 그 동작이 바로 알롱제다.
| 용어 | 뜻 | 설명 |
|---|---|---|
| épaulement (에포르망) | 어깨 놓기 | 어깨를 살짝 비틀어 입체감을 주는 것 |
| cambré (캄브레) | 휘어진 | 허리에서부터 상체를 뒤나 옆으로 젖히는 동작 |
| croisé (크루아제) | 교차된 | 몸이 대각선으로 향하고 다리가 교차되어 보이는 자세 |
| effacé (에파세) | 지워진, 희미해진 | 몸이 열려 있어 다리가 교차되지 않고 보이는 자세 |
| écarté (에카르떼) | 벌어진, 분리된 | 몸이 대각선으로 향하고 다리를 옆으로 뻗은 자세 |
에포르망은 발레를 발레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같은 동작이라도 어깨를 살짝 비틀어주면 평면적인 동작이 갑자기 입체적이고 우아해진다. 어깨 하나로 이렇게 달라진다고? 싶을 정도.
크루아제, 에파세, 에카르떼는 몸의 방향을 나타내는 용어들인데, 이름이 참 직관적이다. 크루아제는 다리가 '교차되어' 보이고, 에파세는 교차가 '지워져서' 열려 보이고, 에카르떼는 다리가 옆으로 '벌어져' 있다. 관객 시점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그대로 이름에 담았다
| 용어 | 뜻 | 설명 |
|---|---|---|
| cou-de-pied (쿠드피에) | 발의 목 | 발목 위치 (cou = 목, pied = 발) |
| pied (피에) | 발 | 스페인어 pie, 이탈리아어 piede와 같은 라틴어 어원 |
| jambe (장브) | 다리 | |
| bras (브라) | 팔 | |
| tête (떼뜨) | 머리 |
영어에서도 pied와 같은 어원이 남아있다. pedestrian(보행자), pedal(페달) 모두 '발'과 관련된 단어들.
| 용어 | 뜻 | 예시 |
|---|---|---|
| demi (드미) | 절반 | demi plié (반만 구부리기) |
| grand (그랑) | 큰 | grand plié (끝까지 구부리기), grand jeté (큰 도약) |
| petit (프티) | 작은 | petit allegro (작은 빠른 동작들) |
스페인어 grande, 이탈리아어 gran도 모두 같은 라틴어 어원(grandis)에서 왔다. 로망스어들의 연결고리.
| 용어 | 뜻 |
|---|---|
| adagio (아다지오) | 천천히, 느리게 |
| allegro (알레그로) | 빠르게 |
이 둘은 이탈리아어인데, 음악과 발레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보니 그대로 차용해서 쓴다. 발레 수업에서 아다지오 시간은 느리고 통제된 동작을, 알레그로 시간은 빠르고 경쾌한 점프들을 연습한다.
| 용어 | 뜻 |
|---|---|
| révérence (레베랑스) | 인사, 경의 |
모든 발레 수업은 레베랑스로 끝난다. 선생님과 피아니스트(혹은 음악)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는 시간. 우아하게 절을 하면서 수업의 끝을 알린다. 경의를 표하다라는 뜻 그대로, 하루의 연습에 대한 마무리 의식.
발레 용어가 이렇게 시적인 이유는, 동작을 기능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느낌과 이미지로 표현했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엔 그저 외워야 할 용어였는데, 뜻을 알고 나니 동작을 할 때마다 그 이미지가 떠오른다. 퐁듀를 할 때 정말로 녹아내리는 느낌으로, 글리사드를 할 때 얼음 위를 미끄러지는 느낌으로.
어쩌면 이것이 발레 용어가 수백 년간 바뀌지 않고 전 세계에서 쓰이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동작의 본질을 담은 언어이기 때문에.